'삼국지'를 보면 조조와 신의(神醫)라고 불리우는 화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던 조조는 화타를 찾아 치료를 요청하고 그를 진찰한 화타로부터 "머리에 풍기(風氣)가 있으니 두개골을 쪼개어 날려 보내야만 치료할 수 있다"는, 말하자면 뇌수술을 해야만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됩니다. 조조는 지독한 통증 때문에 처음엔 수술을 받겠노라 했다가 혹여 뇌수술을 핑계로 화타가 자신을 죽이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겨 결국 화타를 사형에 처해 버리는데, 이 일화에서 조조가 아마도 편두통을 앓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요.
국내 편두통 환자는 대략 10% 전후로 조사되지만 연령과 성별에 따른 차이가 커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3배 이상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젊은 여성의 경우 다섯에 한 명 이상이 경험한다고도 합니다. 편두통 환자의 20% 정도가 전조현상을 겪게 되는데, 혈관이 뛰는 듯한 박동성 동통, 섬광이 지나가는 듯한 시각적 이상, 메스껍거나 구역감을 수반하는 것 등이 그것이며 80%에서는 생활에 지장이 있을 만큼 극심한 통증이 온다고 합니다.
옛 한의학 서적에서는 편두통의 원인을 각각 좌측과 우측으로 통증 부위를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대적 의미로 풀어보자면 우측 통증은 높은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 수치, 림프액 이상 및 순환부전이 원인이 되고, 좌측 통증은 빈혈을 포함한 혈액상태 저하, 멍과 같은 비생리적인 상태의 혈액 등이 고여 있어 혈행이 원활치 못한 것 등이 원인이 됩니다.
생리기간 전후로 좌측 편두통이 심해지는 여성들이 많은데, 이때는 생리상태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성에게 생리란 혈액과 자궁 상태의 바로미터이므로 생리양이 많으면서 빈혈 기운이 있거나 생리혈이 어두운 색깔에 덩어리가 많이 섞인다면 혈액이 부족하거나 상태가 좋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머리 부위 혈액순환이 좋지 못해 뇌의 국소적인 빈혈 상태를 유발, 편두통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한 연구결과를 보면 편두통이 있는 여성은 정상인보다 월경과다가 1.7배, 자궁내막증 발병비율이 7.5배, 쉽게 멍들 가능성은 4배, 직장출혈은 9배 높았습니다. 뇌졸중 발병비율은 1.5배 높았으며, 흡연이나 경구용 피임제 복용은 위험성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으로 보고했습니다.
극심한 두통과 생리통이 겹쳐서 나타나면 대부분의 여성들이 진통제 몇 알로 통증을 넘겨버리기 일쑤지만, 통증의 원인인 자궁과 혈액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동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생리와 연관된 편두통은 자궁과 혈액 상태를 위한 검사와 조치에 소홀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잠에서 깰 정도의 통증이 몇 주 이상 지속되고, 시각이나 여러 감각이 이상하며 구토가 잦다면 정밀검사를 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생리가 정상적이고 특정질환으로 인한 편두통이 아니라면, 진통제 한 알로 버티기보다는 근처 한의원을 찾아 머리와 어깨 부위에 침을 맞거나 기타 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두피와 안면, 목과 어깨부위의 기혈순환만 트여도 통증이 한결 나아질 수 있고, 장기적인 진통제 복용의 악순환을 피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더불어 규칙적인 수면을 취하고, 스트레칭 등으로 근육 긴장을 풀어주며, 유제품, 옥수수, 계란, 땅콩, 초콜릿, 술, 커피 등의 편두통을 유발할 수 있는 음식을 피하는 등의 생활 개선도 필요하다는 걸 잊지 마세요.